Come and get your love.
2013년 신입생 OT 첫날, 대학 정문 횡단보도에서 남대문을 올리다 눈이 마주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동기인 줄도, 훗날 제 아내가 될 줄도 몰랐습니다.
첫 MT 때, 신입생들은 주량을 몰라 힘들어했고, 과대였던 저는 의무감으로 뒤처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를 잘 알지 못하던 남희가, 유일하게 함께 손을 보태주었습니다. 그 친구가 훗날 제 아내가 될 줄 몰랐습니다.
저를 가장 많이 울린 남자는 아마도 이충기 교수님일 겁니다. 늦게까지 수업을 해야 할 때면 매번 저녁을 사주시면서까지 학생들을 크리틱해 주셨던 교수님, 취업준비를 하지 않고 도망 다니던 저를 꾸짖고, 끝까지 챙겨주시던 교수님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날 주례를 맡아주실 줄 몰랐습니다.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에서 하나만 다른 친구가 있습니다. 함께한 첫 전국여행 중 해운대 해변에서 자던 새벽, 바닷물에 발끝이 젖어 눈을 떴던 기억, 만어사에서 탈수로 웃으며 내려오던 기억. 가장 짙은 청춘을 만들어준 혁준이가 저희 결혼식 사회를 맡게 될 줄, 그때는 역시 몰랐습니다.
저희는 시립대학교 ‘자작마루’에서 결혼식을 올립니다. 우리의 이야기가 시작된 곳에서, 수많은 의미를 만들어 주신 분들과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처음 만나고, 스무 살의 추억과 좋은 사람들과 추억을 품었던 곳, 주례를 맡으신 교수님께서 리노베이션하신 곳, 저희에게 의미가 있는 공간입니다. 시립대의 가을은 특히나 아름답습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캠퍼스를 공원처럼 산책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의미를 담다 보니 장소가 협소할까, 음식이 입맛이 맞지 않으실까 걱정이 앞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인생에서 소중하신 분들이 함께해 주신다면 큰 기쁨이겠습니다.
보홀 여행을 전부 준비해 준 IT 개발업계 대표 잉꼬부부 염♡가은,
통도사에서 우리의 모습을 담아준 양산의 딸 성언,
그리고 저희를 사랑으로 길러 주신 부모님들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읽으시는 모든 분께 사랑을 담아,
용현드림.